종이 고르는 법

종이는 “예쁜 것”이 아니라 “인쇄와 후가공을 견디는 것”을 먼저 고른 다음 결을 정한다. 아래 세 가지 질문 순서로 좁히면 대부분 답이 나온다.

1. 무엇을 만드는가 — 평량부터 잡는다

평량(g/㎡)은 1제곱미터당 무게다. 두께(㎛)와 다른 값이며, 같은 평량이라도 벌키도가 높으면 더 두껍게 느껴진다.

용도권장 평량메모
명함250~350g스노우지 250g이 기본값. 질감을 살리려면 랑데뷰·매쉬멜로우 240g 이상
브로슈어·카탈로그120~150g접었을 때 터지지 않는 범위. 표지만 200g 이상으로 올린다
전단·리플릿100~150g아트지 계열이 단가 대비 발색이 가장 좋다
책 본문70~120g글 중심이면 미색모조·이라이트, 화보면 스노우지
무선제본 표지200g 이상중철 표지는 180g 선에서도 가능
쇼핑백180g 이상손잡이 하중을 견뎌야 한다. 크라프트 계열 권장
패키지 상자300~400g아이보리지가 표준. 접는 자리에 오시 필수

2. 사진인가 글인가 — 도공지와 비도공지

표면에 코팅(도공)을 한 종이는 잉크가 표면에 얹혀 색이 쨍하게 나오고 반짝임이 있다. 코팅이 없는 비도공지는 잉크가 흡수되어 색 톤이 어두워지고 반짝임이 덜한 대신 필기감과 눈의 편안함이 좋다.

그 중간이 러프그로스 계열이다. 표면은 무광 질감인데 잉크가 얹힌 부분만 은은한 광이 돌아 질감과 발색을 동시에 얻는다. 랑데뷰·반누보·아르떼가 여기에 속하며, 국내 고급 인쇄물에서 가장 널리 쓰인다.

비도공지와 도공지 모두 뒷묻음에 주의해야 한다. 잉크가 마르기 전에 인쇄물이 겹치면 뒷면에 잉크가 묻는다. 양면 인쇄에서는 한 면을 인쇄한 뒤 충분히 건조 시간을 두어야 한다.

3. 후가공을 견디는가

후가공최소 평량주의
박(금박·은박·백박)200g 이상요철이 큰 엠보스지는 밀착 불량이 생길 수 있다
형압·엠보싱250g 이상얇으면 뒷면이 뚫리거나 찢어진다
에폭시(UV)도공지 계열비도공지는 잉크가 흡수돼 광이 덜 산다
라미네이팅(코팅)제한 없음러프그로스·언코티드 고급지는 질감이 죽으므로 피한다
오시(접는 자리 누름)200g 이상 필수생략하면 접힘선에서 코팅이 갈라진다
도무송(톰슨)제한 없음복잡한 모양은 레이저컷팅을 검토

자주 나는 사고 네 가지

하나. 유색지·펄지에 CMYK로 흰 글씨를 넣으려 한 경우. 인쇄로는 흰색을 낼 수 없다. 백박이나 백색 실크스크린으로 계획해야 한다.

둘. 러프그로스 고급지에 유광 라미네이팅을 얹은 경우. 비싼 값을 치른 질감이 그대로 사라진다.

셋. 재단 오차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 인쇄 후 재단에는 반드시 오차가 생기므로 중요한 글자는 안전 영역 안으로 넣어야 한다.

넷. 수입지를 재고 확인 없이 확정한 경우. 원하는 평량·색상이 결품이면 일정 전체가 밀린다.

실물 샘플 구하기

화면의 결 시뮬레이션은 근사치다. 촉감·두께감·투명도는 화면으로 옮겨지지 않으므로 최종 결정 전에는 실물을 손에 쥐어 보아야 한다.

인쇄소가 파는 샘플북은 대개 한 권 5천 원 안팎이며, 소량 인쇄 업체 중에는 무료로 종이 샘플을 우편 발송해 주는 곳도 있다. 자주 쓰는 지종이 정해지면 샘플북 한 권을 곁에 두는 편이 결국 가장 빠르다.

계산이 필요할 때

페이지 수와 지종이 정해지면 인쇄 계산기에서 책등 두께와 인쇄물 무게를 미리 잡아 볼 수 있다.

마지막 한 가지

종이는 인쇄기와 후가공 설비를 함께 통과해야 한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인쇄소가 그 종이를 다뤄 본 적이 없다면 사고가 난다. 낯선 지종을 쓸 때는 반드시 인쇄소에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수록 수치는 국내 제지사·인쇄사가 공개한 자료와 업계 통용 기준을 정리한 것으로, 제지사·롯트에 따라 편차가 있다.